
세계지도를 보고 있으면 나라와 나라 사이를 수많은 선이 나누고 있습니다.
어떤 국경은 산맥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고, 어떤 국경은 강을 따라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지구상에는 무려 8,000km가 넘게 이어지는 국경도 있습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직선거리가 약 325km 정도라는 점을 생각하면 엄청난 거리입니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긴 국경을 공유하고 있는 나라는 어디일까요?
바로
미국과 캐나다입니다.
미국과 캐나다의 국경은 국제경계위원회(International Boundary Commission) 기준으로 약 8,891km에 달합니다. 대서양에서 태평양까지 이어지는 본토 국경뿐 아니라 캐나다와 미국 알래스카 사이의 국경까지 포함한 길이입니다.
오늘은 미국과 캐나다의 국경이 어쩌다 이렇게 길어졌는지 세계지도를 따라가며 살펴보겠습니다.
미국과 캐나다 국경은 얼마나 길까?
숫자로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약 8,891km
입니다.
국제경계위원회 자료를 세부적으로 보면 미국 본토와 캐나다 사이의 대서양~태평양 구간이 약 6,416km, 알래스카와 캐나다 사이의 태평양~북극 구간이 약 2,475km입니다.
두 구간을 더하면
6,416km + 2,475km = 8,891km
가 됩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가 세계지도에서 흔히 보는 미국 본토 북쪽의 긴 선만 미국·캐나다 국경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미국의 알래스카가 캐나다 북서쪽에 붙어 있기 때문에 이곳의 국경도 미국·캐나다 국경에 포함됩니다.
알래스카가 없었다면 얼마나 짧아질까?
알래스카와 캐나다 사이의 국경 길이는 약 2,475km입니다.
따라서 알래스카 구간을 제외하면 미국과 캐나다 국경은 약 6,416km입니다.
그래도 엄청나게 길지만 알래스카가 추가되면서 전체 국경 길이가 거의 8,900km에 가까워진 것입니다.
특히 알래스카는 미국 본토와 직접 붙어 있지 않습니다.
미국 본토에서 육로로 알래스카에 가려면 캐나다를 지나야 합니다.
세계지리에서 꽤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왜 미국과 캐나다 사이에는 긴 직선이 있을까?
미국과 캐나다 지도를 자세히 보면 이상한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서쪽 지역의 국경 상당 부분이 자로 그은 것처럼 거의 일직선입니다.



이 선의 정체는 바로
북위 49도선
입니다.
하지만 미국과 캐나다가 처음부터
“49도가 보기 좋으니 여기에서 나누자.”
라고 결정했던 것은 아닙니다.
이 국경에는 영국과 미국의 영토 경쟁 역사가 숨어 있습니다.
캐나다가 생기기 전부터 국경 협상이 시작됐다
현재의 캐나다가 연방국가로 출범한 것은 1867년입니다.
그런데 현재 미국·캐나다 국경의 중요한 부분은 그보다 훨씬 전인 미국과 영국 사이의 협상을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지금의 캐나다 지역 상당 부분은 영국령 북아메리카였습니다.
미국과 영국은 북아메리카에서 서로의 영토가 어디까지인지 결정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1818년 체결된 협약에서 중요한 기준선 하나가 등장합니다.
바로 북위 49도였습니다.
1818년, 49도선이 국경이 되다
1818년 미국과 영국이 체결한 협약은 Lake of the Woods 부근에서 로키산맥까지 이어지는 국경을 북위 49도선을 따라 설정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미국 북부 지도를 보면
몬태나,
노스다코타,
미네소타 일부 지역 등에서
상당히 긴 직선형 국경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로키산맥 서쪽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현재의 워싱턴주와 오리건주, 브리티시컬럼비아 일대의 영유권을 놓고 미국과 영국이 경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영국이 오리건을 놓고 대립하다
당시에는 현재의 미국 오리건주 하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태평양 북서부의 훨씬 넓은 지역을 두고 양측의 이해관계가 충돌했습니다.
미국인들의 서부 이주가 증가하면서 영토문제는 점점 중요해졌습니다.
미국에서는 한때 북위 54도 40분까지 영토를 주장하는 강경한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자칫하면 미국과 영국이 전쟁을 벌일 수도 있는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양측은 타협합니다.
1846년 오리건 조약
1846년 6월 15일 미국과 영국은 오리건 조약(Oregon Treaty)을 체결합니다.
핵심은 간단했습니다.
기존의 49도선 국경을 로키산맥 서쪽에서도 태평양 방향으로 연장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결정은 오늘날
미국 워싱턴주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사이의 국경을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다만 바다 쪽 국경은 육지에 자를 대고 선 하나 긋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밴쿠버섬 전체는 영국 측에 남았고 해협과 여러 섬 주변의 정확한 경계는 이후에도 논쟁거리가 되었습니다.
미국·캐나다 국경은 전부 직선일까?
아닙니다.
이것도 흔히 생기는 오해입니다.
49도선을 따라가는 긴 직선구간 때문에 미국과 캐나다 국경 전체가 직선처럼 느껴지지만 동쪽으로 가면 모습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특히 국경은
오대호와 여러 강·호수
를 지나갑니다.
국제경계위원회에 따르면 미국·캐나다 국경 가운데 물 위를 지나는 경계만 약 3,830km에 달합니다.



오대호 가운데
슈피리어호,
휴런호,
이리호,
온타리오호
등을 국경이 지나갑니다. 국제경계위원회 역시 두 나라의 국경이 오대호 5개 가운데 4개를 지난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미국과 캐나다의 국경은
육지 + 강 + 호수 + 해협
이 모두 연결된 거대한 경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호수 한가운데 국경은 어떻게 표시할까?
육지라면 국경 표지석을 세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거대한 호수 한가운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물 위에 8,000km짜리 선을 그어놓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수상 국경은 지도와 좌표를 이용한 가상의 경계선으로 정의됩니다.
국제경계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수상 경계에는 수천 개의 방향 전환점(turning points)이 사용됩니다.
즉 우리가 지도에서 보는 국경선은 실제 땅이나 물 위에 색칠된 선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합의한 위치를 연결해 표현한 것입니다.
49도선 국경은 정말 완벽하게 49도일까?
여기에도 재미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조약에는 49도선을 국경으로 정했지만 19세기에는 지금처럼 GPS가 없었습니다.
측량사들은 천문관측과 당시 측량장비를 이용해 실제 지표면에 국경을 표시해야 했습니다.
따라서 실제 측량과 표식에는 오차가 발생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국경은 단순히 스마트폰 지도에서 보이는 위도선 자체가 아니라 양국이 실제로 측량하고 합의해 관리하는 국제경계선입니다.
미국과 캐나다는 현재도 국제경계위원회를 통해 이 거대한 국경을 공동 관리하고 있습니다.
위원회는 1908년 조약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1925년 조약을 통해 상설기구가 되었습니다.
국경에는 실제로 빈 공간이 있을까?
숲을 통과하는 미국·캐나다 국경 사진을 보면 나무가 일직선으로 잘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곳에서는 국경을 확인할 수 있도록 경계 주변을 관리합니다.
국제경계위원회의 임무 가운데 하나도 국경표지를 유지하고 boundary vistas, 즉 국경을 따라 확보된 시야 구간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위성사진이나 항공사진에서는 숲 한가운데 기다란 선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모든 미국·캐나다 국경이 똑같이 벌목된 선으로 되어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미국과 캐나다 사이에 거대한 장벽이 있을까?
미국 국경이라고 하면 거대한 장벽이나 철조망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미국·캐나다 국경 전체에 연속된 거대한 장벽이 설치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도로가 연결되는 곳에는 공식적인 국경검문소가 있고,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산악·삼림 지역도 있습니다.
다만
“장벽이 없으니 아무 곳으로나 넘어가도 된다.”
는 뜻은 당연히 아닙니다.
두 나라 사이를 이동하려면 정해진 입국 절차와 법규를 따라야 합니다.
지도 때문에 생긴 미국의 이상한 땅도 있다
미국·캐나다 국경에는 재미있는 지리적 결과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미국 미네소타주의
노스웨스트 앵글(Northwest Angle)
입니다.
미국 본토의 일부이지만 육로로 이동하려면 캐나다를 통과해야 하는 독특한 지역입니다.



이 기묘한 국경은 과거 정확하지 않았던 지도와 Lake of the Woods의 지리, 이후 국경협상이 결합하면서 만들어졌습니다.
미국 의회도서관은 1818년 조약의 문구와 호수 형태 때문에 오늘날의 노스웨스트 앵글 같은 특이한 미국 영토가 생겼다고 설명합니다.
옛날 사람들이 불완전한 지도를 보면서 결정한 국경이 수백 년 뒤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입니다.
서쪽에도 캐나다 때문에 떨어진 미국 땅이 있다
또 하나 재미있는 곳이 있습니다.
워싱턴주의 포인트 로버츠(Point Roberts)입니다.
49도선을 기준으로 국경을 만들면서 작은 반도 끝부분이 미국 영토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지역에서 미국 본토로 육로 이동하려면 캐나다를 통과해야 합니다.
즉 미국 땅이지만 자동차로 다른 미국 지역에 가려면
미국 → 캐나다 → 미국
순서로 이동해야 하는 독특한 지리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세계의 국경이 단순한 선이 아니라 역사적 협상의 결과라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국경은?
미국·캐나다 다음으로 매우 긴 국경을 가진 나라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사이의 국경이 있습니다.
또
아르헨티나와 칠레
사이의 국경 역시 안데스산맥을 따라 수천 km 이어집니다.
다만 국경 길이는 측정기관과 물 위 경계를 포함하는 방식 등에 따라 숫자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국가별 국경 길이를 비교할 때는 같은 기준으로 작성된 자료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미국과 캐나다가 세계에서 가장 긴 국제 국경을 공유한다는 점은 국제경계위원회에서도 명시하고 있습니다.
왜 캐나다는 긴 국경을 많이 가질 수밖에 없을까?
이 부분은 이전에 작성한 러시아 이야기와도 연결됩니다.
캐나다는 세계에서 국토면적이 가장 큰 나라 가운데 하나이며 동쪽 대서양에서 서쪽 태평양, 북쪽 북극해까지 거대한 영토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남쪽에는 동서로 넓은 미국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서쪽 북부에서는 미국 알래스카와 다시 접합니다.
결국
캐나다의 거대한 동서 폭 + 미국의 넓은 영토 + 알래스카
라는 지리적 조건이 합쳐지면서 세계 최장급 국경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미국·캐나다 국경 한눈에 보기
| 국경 국가 | 미국 🇺🇸 · 캐나다 🇨🇦 |
| 전체 길이 | 약 8,891km |
| 미국 본토~캐나다 구간 | 약 6,416km |
| 알래스카~캐나다 구간 | 약 2,475km |
| 물 위 국경 | 약 3,830km |
| 유명한 기준선 | 북위 49도선 |
| 1818년 | 49도선을 로키산맥까지 국경으로 설정 |
| 1846년 | 오리건 조약으로 서쪽 국경 확정 |
| 특징 | 세계에서 가장 긴 두 인접국 사이 국제 국경 |
길이 수치는 국제경계위원회 기준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세계에서 가장 긴 국경은 어디인가요?
미국과 캐나다가 공유하는 국경입니다. 국제경계위원회 기준 약 8,891km입니다.
Q. 미국 본토와 캐나다 사이만 8,891km인가요?
아닙니다. 약 8,891km에는 캐나다와 알래스카 사이의 약 2,475km 국경도 포함됩니다.
Q. 미국과 캐나다 국경은 왜 직선인가요?
서부의 긴 구간이 역사적인 조약에 따라 북위 49도선을 기준으로 정해졌기 때문입니다. 1818년 협약과 1846년 오리건 조약이 현재 국경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Q. 국경 전체가 49도선인가요?
아닙니다. 동부에서는 강과 오대호 등을 지나며, 알래스카와 캐나다 사이의 국경도 49도선이 아닙니다.
Q. 오대호에도 국경이 있나요?
네. 미국과 캐나다의 국제경계는 오대호 5개 가운데 4개를 통과합니다.
Q. 미국과 캐나다 사이에 장벽이 있나요?
전체 국경을 따라 하나의 연속된 거대한 장벽이 설치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국경을 넘을 때는 당연히 양국의 정식 입국절차를 따라야 합니다.
Q. 캐나다가 생기기 전에 국경이 만들어졌나요?
현재 국경의 상당 부분은 캐나다 연방 출범 이전에 미국과 영국 사이의 조약을 통해 정해졌습니다.
마무리
세계에서 가장 긴 국경은 단순히 두 나라 사이에 그어진 긴 선이 아닙니다.
약 8,891km에 달하는 미국·캐나다 국경에는 북아메리카의 역사와 지리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1818년에는 49도선을 따라 국경이 만들어졌고, 1846년 오리건 조약을 통해 그 선이 태평양 방향으로 이어졌습니다.
여기에 미국의 알래스카까지 더해지면서 세계에서 가장 긴 두 인접국 사이의 국제 국경이 완성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욱 재미있습니다.
자로 그은 듯한 49도선, 오대호 한가운데를 지나는 보이지 않는 국경, 숲을 가로지르는 경계선, 캐나다를 지나야 갈 수 있는 미국 땅까지.
세계지도에 그려진 국경선 하나하나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다음에 세계지도를 볼 때 미국과 캐나다 사이의 긴 선을 한번 따라가 보세요.
그 선 하나가 만들어지는 데 200년이 넘는 역사와 수많은 협상, 측량 그리고 지리적 조건이 얽혀 있다는 것을 알면 세계지도가 조금 다르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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