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지도를 보면 유럽의 스페인과 아프리카의 모로코는 놀라울 정도로 가까이 붙어 있습니다. 두 대륙 사이에는 지브롤터 해협이 있으며 가장 좁은 구간은 약 14km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의 여러 해상대교와 비교하면 충분히 다리를 만들 수 있을 것처럼 보입니다. 만약 이곳에 다리가 건설된다면 자동차를 타고 유럽에서 아프리카까지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스페인과 모로코를 연결하는 다리는 만들어지지 않았을까요?
지브롤터 해협은 생각보다 깊다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는 바다의 깊이입니다.
지브롤터 해협은 폭만 보면 좁지만 해저 지형은 매우 깊고 복잡합니다. 다리를 놓기 적합한 경로를 선택하더라도 수심이 수백 미터에 이르는 구간이 존재합니다.
일반적인 해상교량은 바다 아래에 거대한 교각의 기초를 설치해야 합니다. 하지만 수백 미터 깊이의 바다에 초대형 교량의 기초를 만드는 것은 현재 기술로도 엄청난 비용과 난도가 필요한 공사입니다.
단순히 ‘14km만 연결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초대형 선박이 지나는 중요한 항로
지브롤터 해협은 지중해와 대서양을 연결하는 세계적으로 중요한 해상 통로입니다.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를 오가는 수많은 화물선과 유조선, 여객선 등이 이곳을 통과합니다.
따라서 다리를 건설한다면 대형 선박이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도록 충분한 높이와 폭을 확보해야 합니다.
교각을 많이 설치하는 방식 역시 선박 운항과 충돌 위험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결국 다리를 만든다면 매우 긴 경간을 가진 초대형 교량이 필요해지고 공사비와 기술적 난도는 더욱 높아집니다.
강한 바람과 해류도 문제다
지브롤터 해협에서는 대서양과 지중해 사이에서 물의 교환이 이루어집니다.
지역 특성상 강한 바람이 발생하기도 하며 해저 지형과 해류도 고려해야 합니다.
길이가 수십 km에 달하는 초대형 교량은 바람과 파도, 해류의 영향을 지속적으로 견뎌야 합니다.
여기에 지브롤터 해협 주변은 유라시아판과 아프리카판이 만나는 복잡한 지질학적 지역에 가까워 지진 위험까지 설계에 고려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해저터널은 가능할까?
흥미롭게도 스페인과 모로코는 다리 대신 해저터널을 오랫동안 검토해 왔습니다.
스페인과 모로코 정부는 지브롤터 해협을 철도로 연결하는 방안을 수십 년 동안 연구해 왔으며, 최근에도 관련 조사와 계획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구상되는 방식은 영국과 프랑스를 연결하는 채널터널처럼 해저 아래를 뚫어 철도가 통과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다만 지브롤터 해협은 영국해협보다 해저가 훨씬 깊고 지질 구조도 복잡하기 때문에 건설 난도가 높습니다.
그래서 실제 터널이 건설되더라도 가장 짧은 14km 구간을 그대로 연결하기보다는 수심과 지질 조건을 고려한 다른 경로가 검토됩니다.
다리가 생기면 유럽에서 아프리카까지 자동차로 갈 수 있을까?
만약 도로교량이 만들어진다면 이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스페인에서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모로코로 이동한 뒤 아프리카 대륙으로 계속 운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스페인 남부와 모로코 북부를 연결하는 페리가 중요한 교통수단입니다.
향후 추진되는 해저 연결 사업 역시 도로보다는 철도터널 방식이 중심적으로 논의되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가 직접 해협을 건너는 형태가 될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기술적으로 절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지브롤터 해협에 다리를 만드는 것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일까요?
정확하게 말하면 ‘절대 만들 수 없다’기보다는 건설 난도와 비용에 비해 현실성이 낮다고 보는 것이 적절합니다.
약 14km라는 좁은 해협 폭만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깊은 수심과 복잡한 해저 지형, 국제적인 선박 항로, 강한 바람과 해류, 지질 조건까지 동시에 해결해야 합니다.
여기에 스페인과 모로코 두 국가가 참여하는 국제사업인 만큼 막대한 건설비용을 누가 얼마나 부담할 것인지, 경제적 효과가 투자비를 정당화할 수 있는지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현재까지는 초대형 다리보다 해저 철도터널이 상대적으로 현실적인 연결 방법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세계지도에서 스페인과 모로코 사이를 보면 손에 잡힐 듯 가까워 보입니다. 하지만 지도에서는 보이지 않는 바다의 깊이와 지질, 바람, 해류 그리고 국제 항로까지 살펴보면 14km의 바다가 얼마나 거대한 장벽인지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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